한산이씨 소호문중(경북 안동시 일직면 소호리에 누대로 터를 잡고 산 한산이씨 일파) 특별전은 문중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국학자료를 소개하는 전시회이다.
소호문중에서는 그동안 모두 6,000여점의 자료를 기탁하였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가운데 18세기 영남 사대부가의 삶과 학문을 보여주는 자료 60여점을 엄선하여 “다시 유학의 의미를 묻다”라는 주제로 일반에 소개한다.
주요 자료를 지면을 통해 간략히 소개하면, 먼저 이상정이 젊은 시절부터 서거하기 2일전까지 쓴 대산일기는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이다.
비록 중간 시기에 해당하는 것은 많이 소실되었지만, 60대에 쓴 일기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정조(正祖)의 여러 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제자 양성에만 전념하려 한 이상정의 처세관이 이 자료를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이상정의 죽음을 제자들이 기록한 고종일기(1781)는 사람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교육의 현장에서 사제간의 마음씀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자료이다.
이상정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배움을 청하기 위하여 찾아오는 젊은 학자들을 만나 읽어야 할 책을 일일이 정해주었고, 더 이상 자력으로 일어날 수 없게 되자 아우인 소산 이광정에게 찾아오는 제자들의 공부를 부탁하였다.
다음에서 보듯이,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를 사랑하는 이상정의 이러한 애틋한 마음은 계산과 성적만이 제일의 가치로 숭상되는 오늘의 교육현장을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한다.
17일 을묘: 혈변의 증세가 점점 악화되어 붉은 설사의 횟수가 점점 잦아졌다.
김윤수(金崙壽)가 찾아와서 배우기를 청했으나, 역시 환후 때문에 결국 들어 줄 수 없었다.
[선생은 후학에게 학문을 권유하는 뜻이 병 때문에 게을러 보이는 일이 없고자 하였다. 병의 초기에 오히려 억지로 일어나 의관을 갖추고, 매일 학자를 대하여 가르치기를 태만히 하지 않았다. 옆 사람이 비록 선생의 몸이 조금이라도 손상될까 걱정하였지만 이를 듣지 않았다. 12일 이후로부터 병세가 점점 심해져서 스스로 거동할 수 있는 기운조차 없게 되자, 멀리서 찾아와서 헛되이 돌아가는 것을 민망하게 여겨 그들에게 소산의 문하에 나아가 묻게 하였다.]
또한 일기에는 이상정이 스스로 죽음의 시기를 깨닫고 “세상사가 이치를 따를 만 하다면 마땅히 이치를 따라 순응해야 한다”고 하면서 “나는 이제 갈 것이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마치 이곳에서 저곳으로 자리를 옮기듯이 삶을 마무리하였다고 전하는데, 죽음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천리에 따라 삶을 마무리하는 거유(巨儒)의 바른 죽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소호문중 입향조의 어머니인 류씨의 남매 사이에 작성된 화회문기(1666)는 조선시기 재산상속의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이며, 이상정 외증손자인 류치명이 쓴 ｢고산십육절｣은 조선말 영남학파를 대표하는 거유의 호방한 필체를 보여주는 자료이다.
이밖에 임자소청일록과 천휘록 역시 비명에 간 사도세자를 복권시키기 위해 노력한 영남남인들의 노력을 상징하는 만인소의 전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비록 후대에 다시 그린 이모본이기는 하지만 목은 이색 영정(경북도 유형문화재 171호)은 여말선초 대학자의 단아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전시개요
▸전시기간 : 2011. 6. 20~8. 21(61일간)
▸전시장소 :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4층)
▸전시유물 : 대산일기을 비롯한 총 55점
▸개 막 식 : 2011. 6.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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