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곽에 직장이 있는 A씨는 서울에서 승용차로 출퇴근을 한다. 서울을 빠져 나오면 교통량이 거의 없는데도, 무한정 신호에 걸려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출퇴근시간 급한 마음에 눈치를 보며 신호위반을 하다보니 어느새 습관이 됐다. 그렇게 평소처럼 위반하며 지나가던 교차로에서 결국 대형사고를 냈다.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B양. 아침마다 늘 지하철역 앞 횡단보도에서 고민이다. 대로변이긴 하지만 차가 없다보니, 신호대기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지하철 도착시간은 다가오고, 1~2명이 무단횡단하는 분위기. 순간 유혹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신호를 지켜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주변 차량도 없는 상황에서의 신호대기는 참기 어렵다. ‘괜찮겠지’하며 시작한 신호위반은 결국 습관이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기북부경찰청(청장 이승철)에서는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끊고자, 운전자가 충분히 납득하며 신호대기 할 수 있도록 신호체계를 개선했다. 일명 「지키고 싶은 신호 만들기」
작년 경기북부 교통사고 사망자는 207명, 이 중 신호위반은 28명으로 13.5%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지만, 단속을 강화하고 홍보를 확대할 뿐, 정착 신호위반을 유도하는 환경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지 못했다. 그간 신호체계 개선활동은 ‘복잡한 도심지’의 ‘민원 많은 곳’에 치중하다보니 한적한 외곽지는 통행량이 적음에도 설치 당시 기준인 긴 신호주기로 운영되는 곳이 많았다.
올 3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1차’로 교통량이 적은 외곽지나, 신호위반 잦은 지점의 신호주기를 단축하는 등 지역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여 진행했다. 6월부터는 ‘2차’로 지하철역․터미널․아파트 밀집지역 등 보행자가 많은 지점에 보행신호가 자주 돌아오게끔 만드는데 집중했다.
1차 226개소, 2차 212개소 총 438개소를 개선한 결과, 무인단속기가 설치된 총 10개소에서 신호위반 단속건수가 48% 감소(1,550→775건)하였으며, 시행 3월부터 10월 현재까지 신호위반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 동기간 대비 44% 감소(16→9명)하였다. 신호 준수율은 높아진 한편, 신호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감소하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2차 개선한 보행자 많은 지점 157개소에서는 평균 보행신호시간이 3.9% 증가하고, 보행신호 대기시간이 12.3초 감소하는 등 ‘보행자 안전·편의’ 중심으로 바뀌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보행사망자 중 횡단보도 주변 무단횡단의 비중은 6월 대비 1.1%(31.4→30.3%) 감소하는 등 안정화 추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호대기가 짧거나 충분히 이해할 정도라면 자연스럽게 신호를 준수하게 되고, 이는 교통질서 확립과 교통사고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악법도 법이기에 지키라는 하향식 행정에서 벗어나,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지키고 싶은 교통규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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