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발생 직후 피해자에게 명함을 주고 "괜찮다"는 말을 들어 현장을 빠져나왔다 하더라도 뺑소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 중 교차로에서 미성년자가 모는 오토바이를 친 뒤 피해자 김군(16)이 "괜찮다"고 하자 동승자에게 사고처리를 맡기고 명함을 건낸뒤 현장을 벗어난 김모(46)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및 음주운전, 도주차량 혐의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백만원을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피고인 김모씨는 지난해 5월 6일 오후 9시30분경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의 한 교차로에서 피해자 김모군이 몰던 오토바이를 들이 받았다.
이후 운전자 김씨는 김군에게 다친곳을 물었고 김군이 "괜찮다"고 말하자 명함을 건낸 뒤 동승자인 지인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하고, 다시 사고차량을 운전해 현장을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피해자인 김군은 병원으로 바로 이송조치 되지 못했고, 뇌진탕 등의 증상으로 14일간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검찰은 가해자인 김모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상 도주차량죄 및 도로교통법위반 사고후미조치죄 등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이에 김씨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자신이 가해 운전자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도 아니한 채 교통이 방해되어 차량을 옮긴다는 구실로 즉시 현장을 떠난 후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오지 아니한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병원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지 아니하여 이 건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을 감액했다.
재판부는 "교통사고 후 피해자를 구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이상 설령 위 일행이 피해자에게 명함을 주어 사후에라도 피고인을 사고 운전자로 특정할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광고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