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2월 해병1사단에서 복무 중에 야간훈련 도중 실신한 전우를 동기와 함께 필사적으로 구했던 적이 있다. 당시 기억으로 부대에서 4km 정도 떨어진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훈련 중이었는데 바닷바람과 추위 때문에 훈련 중인 동기 한 명이 실신하여 동기 5명이 교대로 환자를 등에 업고 의무대까지 옮겼고 다행히 응급조치가 잘 되어 같이 전역했고 그 당시 함께 근무한 동기들과 지금도 연락하며 만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복무기간은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단순히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헛되게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전우라는 이름으로 선‧후배와 동기들을 만나서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는 사회생활 특히, 직장생활의 축소판을 경험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에게도 군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해주곤 한다.
얼마 전 국방부에서 2023년 전문연구요원 등 대체복무제도 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고 이‧공계 학부생들의 폐지 철회 요구 서명운동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2023년이면 아직 어리긴 하지만 내 아들도 대학에 가는 시점이고, 수학 등 이공계와 관련된 과목을 좋아하는 아들이 전문연구요원을 하고 싶다고 할 경우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걱정이 되어 병무청에 문의를 하기도 했고 그간의 언론보도 자료를 읽으면서 느낀 점을 몇 마디 적고자 한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산업화 초기 경제개발을 위한 과학‧연구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하여 현역병사 충원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연구 및 기술‧기능인력을 지원하는 제도로 몇 십년 간 시행되어 왔으나, 영내생활을 하는 현역과의 형평성 문제, 현역병입영대상자 부족, 전문연구요원 특혜성 문제로 제도시행에 대한 재검토 요청이 있었고 대체복무제도 감축관련 보도자료도 수 차례 공표되었다고 한다.
대체복무인원 감축에 대한 국방부의 설명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으로 2023년부터는 현역병 충원이 어렵다고 하며, 취업률을 우선시 하는 학생들의 이공계 전공 선호현상으로 이공계 연구인력 부족을 해소한다는 제도의 도입취지가 약화되어 대체복무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복무감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석사학위 취득 후 박사과정부터 시작되는 연구경력이 군복무로 인하여 단절되고, 대체복무제도가 감축 또는 폐지될 경우 우수 연구인력 해외유출이 가속화 된다는 점을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다.
군복무를 마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대한민국 남자로서 병역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의무이고 국방부의 발표대로 군에 갈 사람이 부족하다면 국가안보를 위해 대체복무인원을 감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병역의무자인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군복무로 인한 학업단절이나 우수인력 확보‧활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복무제도 감축에 반대하는 이공계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대체복무 감축‧조정 정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는 반대 입장에서 주장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군복무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는 병역의무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전문분야에 배치가 된다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즉, 군에서 이공계 전문인력 수요를 확대하고 전문인력에 대한 선발시험 등을 통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인원 축소로 인한 반발은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수인력 해외유출 방지 문제는 국방부‧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기관이 협조하여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군복무 시 전문경력이 사회와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화 한다면 인력유출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얼마 전 신문에 2017년부터는 대학의 모집인원보다 고등학생이 적어진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출산율이 갈수록 낮아져 군에 갈 사람이 없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우리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가는 주장이다. 연구경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일면 타당성이 있지만 군에 갈 사람이 없는 현실적인 문제와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상황을 감안하면 대체복무 감축은 불가피한 필요한 정책이 아닌가 판단된다.
차제 앞서 제안한 학업과 병역을 함께 할 수 있는 조치들이 대체복무제 감축과 같이 시행된다면 병역의무자를 키우는 보통 아버지들이 열심히 공부하다 군복무로 학업이 단절되는 걱정 없이 자식들을 안심하고 군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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