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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효순이 미선이 사건 대서특필 하세요" 지시하던 안병용, 그 기백은…

기사입력 2017-06-19 오후 2:42:00 | 최종수정 2017-07-03 오후 2:42:23   
 안병용, 미2사단, 효순이 미선이, 칼럼, 경기북부시사신문
 
최근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미 2사단 콘서트 파행으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조용히 지나갈 일을 콘서트 다음 날 진보언론과 시민단체 때문에 파행되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식의 성명을 발표 한 것도 모자라 일부 보수언론이 '반미단체' 때문이라는 보도까지 하면서 그 여파는 겉잡을 수 없게 됐다.
 
심지어 민주당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매체에서 안 시장을 두둔하고, 오히려 한겨레 등 진보매체가 비판하는 웃지 못할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영향력이 큰 '민언련'은 지난 13일 신문 모니터를 통해 보수언론과 안 시장을 싸잡아 강도 높게 비판했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을 하겠는가.
 
민언련의 비판은 그 어떤 단체나 개인의 비판보다 추후 민주당내 정치행보 뿐 아니라 자연인으로 돌아간 후 안 시장 개인에게 두고 두고 상처로 남지 않을까 싶다.
 
수십년 전 부터 안 시장과 인연이 깊은 한명으로 그가 상당히 진보적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이란 걸 잘 알고 있기에 지금의 이런 평가는 참으로 안타깝다.
 
15년 전 6월 의정부의 한 지역신문에서 근무할 때다.
 
당시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터지면서 지역이 상당히 시끄러웠다.
 
나는 이 사건을 전담해서 몇 달 내내 매달렸다.
 
그리고 연일 신문 1면에 보도했다.
 
당시는 지금과 사회적 분위기가 달랐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깨어 있는 시민들이 많지 않던 시대다.
 
그래서 군사도시이자 보수적 성향이 컸던 의정부시에서 작은 지역언론이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1면을 비롯한 상당부분 지면을 할당 받아, 이 사건을 심층적으로 보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경영만 생각하던 사주 입장에선 이점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
 
"좌파 인사인 목영대씨가 기사에 자주 등장한다"는 꾸지람 까지 들었다.
 
그러나 신문사 대표와 데스크에선 나를 격려했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다.  
 
2002년 월드컵과 지방선거가 겹치면서 중앙언론에선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기에 시민단체 뿐 아니라 유가족들에겐 지역신문 보도는 가뭄에 단비 같은 상황이었다.
 
당시 함께 신문사에 근무하면서 효순이 미선이 사건의 본질은 불평등한 주한미군지휘협정(SOFA)에 있다고 내 의식을 깨워주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안병용 시장이다. 40대의 그는 신흥대 행정과 교수이자 신문사 사장 겸 편집국장을 맡았다.
 
내게 'SOFA의 불평등'이란 주제가 담긴 책을 건네면서 읽기를 강권까지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는 신문 칼럼을 통해 미국의 잘못된 정책이나 미군 범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랬던 사람이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문에 정체성을 의심받는 공경에 처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였는지는 몰라도 출입기자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사건은 “아니다. 잘못하고 있다”라는 쓴소리가 내부에서 없었던 것이 원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공무원들은 “시장님 이것은 잘못하는 일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관료주의의 특성상 “시장님 저놈이 나쁜 놈 입니다. 시장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측근이나 지인그룹에서 “아니다”라고 ‘노’를 해줘야 한다. 
 
눈 밖에 날까봐, 혹은 불이익 당할까봐,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아니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단다는 비겁함 때문에 입을 닫고 침묵한다면 이는 시장 안병용을 위한 것도, 시민을 위한 것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측근이라면 자기 목을 걸고라도 정확하게 “아니다”고 말해주라.
 
그리고 안 시장에게 부탁한다.
 
두 눈과 귀를 막으면서 “예 시장님 말이 모두 맞습니다”라고 달콤한 말만 늘어 놓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장 멀리하라.
 
그런 소리가 귀에 듣기는 좋다. 쓴소리는 듣기 거북하다.
 
그래도 쓴소리 하는 사람들을 멀리하지 말라.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부족함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권력자에게 달콤한 말은 독이 될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몇 달 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지켜보지 않았나.
 
시장이라는 직책에는 엄청난 권한이 주어진다.
 
그 권한은 '양날의 검' 같아서 함부로 휘두르거나 엉뚱한 곳에 휘두르면 스스로를 다치게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무서운 검을 들고 있기에 불만이 있어도 침묵하고 동조할 수 밖에 없다.      
 
또 사방팔방에서 검을 겨루어 보자고 자꾸 덤벼들 것이다.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그 누구보다 ‘양날의 검’ 이론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대정신에 공감하고, 불의를 보면 못 참던, 정의감과 사명감에 불타던 15년 전 참으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이고, 인간적이었던 '사람 안병용’.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대서특필 하세요"라고 지시하던 그때 그 기백있는 모습으로 어서 빨리 돌아와 달라.
 
지금이라도 양손으로 잡아 뺐던 그 권력의 검을 신속히 칼집속으로 넣어 달라.
 
검은 칼집에 있을때 가장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 2002년 미국의 이민법 강화를 비판했던 안병용 칼럼의 한 대목. 안 시장의 칼럼은 '아무리 바람이 차더라도'란 제목의 자서전으로 엮여 지난 2013년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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