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이 고양시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오는 4일 개최하는 '제4회 소년보호기관 청소년 문화 축제'에 앞서 6호처분을 받고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청소년의 감동 편지를 2일 공개했다.
6호처분은 소년부 판사가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보호시설에 감호 위탁하는 처분이다. 법원이 개최하는 청소년 문화 축제는 이 청소년들이 주축으로 진행하는 행사다.
법원은 이 축제를 통해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복귀 했을때 잘 적응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매년 행사를 계획, 진행하고 있다.
법원은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갖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편견을 없애고 문화 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의미에서 편지와 함께 여기에 담긴 솔직하고 감동적인 사연을 공개한 것.
의정부지방법원 이장형 판사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 행사의 부제는 'Open Radio - 우리들의 속마음'"이라며 "우리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기성세대가 함께 공감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편지-1)
<나사로 청소년의 집 ○○양이 미래의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내 미래의 아이에게
안녕, 나는 너의 엄마 ○○라고 해.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니까 기분이 이상해. ‘엄마’라고 해야겠지?
아직 네가 누군지는 몰라도 넌 나의 미래의 아이니까, ‘엄마’라는 호칭을 쓸게.
엄마는 말이야.
어렸을 때 여자애 치고는 좀 사고뭉치였어.
틈만 나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다녔고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지.
되돌아보니 정말 심한 말괄량이에 왈가닥 이었던 것 같아.
하지만 계속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까 내가 너무 미련하게 느껴졌어.
어떨 때는 부모님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닐까? 하고 부모님을 원망하고 투정도 부렸어.
하지만 결국 부모님의 탓도 아니었고,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었어.
나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었던 거야.
그래서 더 억울하고 화가 났어.
지금 바라보는 내 모습은 너무 답답하고 미련해 보이는데
그 모습을 내 자신이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엄마는 큰 혼란에 빠졌단다.
아마도 나는 나의 책임을 남한테 돌리고 싶었던 것 같아.
참 바보 같지?
그래서 엄마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어.
내가 어떤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하고 말이야.
그 때 깨달은 나의 잘못 한 가지는 바로 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야.
내가 아닌 남으로, 남의 시선을 느끼며 살았던 거지.
그렇지만 지금은 남이 아닌 나로 사는 중이야.
아직 내가 바라는 모습은 아니지만 나를 가꾸며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인지를 깨달아서 즐거워.
사랑하는 내 미래의 아가야.
내가 너를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네가 태어나서 엄마 나이가 된다면 네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 매일 기억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그 사실을 꼭 알려줄게.
2015년 11월 엄마가.
(편지-2)
<나사로 청소년의 집에서 생활하는 ○○○ 양이 엄마에게 쓴 편지>
엄마 나야.
잘 지내고 있지?
요즘 엄마랑 떨어져 있으니까 엄마가 참 많이 보고 싶어.
2주에 한 번씩 꼬박 꼬박 면회 와서 엄마 얼굴을 보는데도 왜 이렇게 엄마가 보고 싶은지...
나 이제 철드는 건가?
여기서 3개월 조금 넘게 있으면서 엄마를 미워했던 순간도 있었고 이곳에 날 보낸 판사님을 탓하던 순간도 있었어.
어떤 날은 너무 힘이 들어서 화를 내다가 주저앉아서 운 날도 있었고 하나님한테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매달려 본 적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
무엇보다 여기서 내가 겪는 어려움이나 답답함 보다 면회 올 때마다 나를 데려가고 싶은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조금씩 알게 됐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딸을 2주에 한 번 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말이야.
지금까지 내가 나 자신과 가족들, 그리고 나를 믿어준 주변 사람들에게 참 많은 상처를 주면서 살아왔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야 알아서 미안해.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한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해.
엄마는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모르는 사람들한테 고개 숙이게 해서 미안해.
지금 내가 제일 힘든 건 그 동안 엄마 마음 아프게 했던 만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거야.
엄마 마음이 어땠을지 너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파.
엄마 마음을 조금도 알아주지 않았던 나를 보면서 매일 매일 기다리고 기도했을 엄마를 생각하면 정말 후회가 돼.
나를 보러 산길을 달려서 오는 엄마를 보면 눈물이 나.
그럴 때마다 나사로에 참 감사해.
여기 오지 않았다면 엄마 마음을 몰랐을 테니까.
엄마 이제 울지 마. 여기서 진짜 엄마 딸이 되어서 나갈게.
이제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할일 도 없을 거야.
아빠는 너무 일찍 가버려서 어쩔 수 없지만 엄마한테는 그 동안 내가 상처 준 것 까지 다 갚을게. 내 옆에 오래 오래 있어줘.
엄마한테 전하고 싶은 내 진심을 다 말하기엔 이 편지가 터무니없이 짧지만 엄마니까 다 알아줄 거라고 믿어.
엄마, 나는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정말 감사해.
엄마 많이 사랑해.
(편지-3)
<마자렐로에서 생활하는 ○○ 양이 마자렐로 친구들과 수녀님들께 쓴 편지>
안녕, 마인 마자렐로 설립자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마자렐로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을 집단으로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 저 ○○이에요!
오늘은 무슨 날? 슈퍼스타일데이 하는 날!
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자니 좀 부끄럽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우리 오늘을 위해서 엄청 열심히 연습했잖아요.
연습하는 동안 힘들기도 했고, 서로 안 맞기도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한 모든 마인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모두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마인들을 칭찬해 주고 싶었답니다.
항상 느끼지만 우리 마자렐로만큼 정이 넘치는 센터는 없는 것 같아요.
싸워도 금방 화해하고 서로 챙겨주려고 애쓰는 모습에 늘 감동받는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마인의 최고 장점은 밥 먹는 모습들이 엄청 예쁘다는 거에요.
어쩜 그렇게 예쁘게 먹을까요?
저희에게 늘 맛있는 음식을 해 주시고 간식을 주시는 선생님, 수녀님들 감사합니다!
어차피 찌게 될 살! 피하지 말자구요!!
가끔 우리 센터 가족들 보면 ‘이렇게 다들 착하고 순한데 어떻게 여기서 만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알 것 같아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마자렐로에 온 것 같아요.
밝은 모습 뒤에 숨겨진 우리의 상처들이 마자렐로를 떠나기 전에 꼭 다 치유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우리 자신을 마음껏 사랑하는 시간이라는 걸 잊지 말자구요!
고마운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도 참 많은 마자렐로!
이제 준비한 무대를 완벽하게 끝내는 일만 남았어요. 우린 할 수 있어요! 모두 파이팅!
(편지-4)
<마자렐로에서 생활하는 ○○ 양이 자신에게 6호 처분을 내린 수원지방법원 소년판사 정혜은에게 보낸 편지>
정혜은 판사님께
판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마자렐로에서 생활하고 있는 ○○○예요.
판사님께 감사한 것도 많고 죄송한 것도 많아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작년에 제가 판사님께 처음 재판을 받고 마자렐로에 들어오게 되었잖아요.
처음에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부모님과 판사님을 원망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왜 마자렐로에 오게 됐는지 생각하고 느끼게 됐어요.
판사님과 부모님을 원망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답니다.
마자렐로에서 배우고 느끼면서 제 자신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어디서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죠.
하지만 저는 결국 또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고 말았습니다.
또 한 번의 실수를 반복하게 됐고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신뢰를 잃고 제 자신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결국 또 한 번 판사님 앞에 서게 되었을 때 정말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어요.
고개도 들지 못할 만큼 어쩌지 못했죠.
하지만, 판사님이 저에게 말씀 하셨어요.
“지혜야. 나는 지혜가 지혜 자신을 믿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지혜를 믿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쉴 새 없는 눈물이 흘렀어요.
저는 판사님께 참 많은 실망을 드렸는데 판사님은 또 다시 저를 믿어 주신다니…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본 그 말이 너무 따뜻해서 늘 기억하고 있답니다.
힘이 들 때면 늘 판사님이 해 주신 말씀을 떠올려요.
전 요즘 어느 때 보다 더 열심히 생활하고 있어요.
판사님과 원장 수녀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앞으로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대입 검정고시도 합격해서 나가고 싶어요!
정혜은 판사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를 한 번 더 믿어 주신 은혜를 평생 잊지 않을게요.
그리고 제 인생의 반환점이 되어 준 마자렐로에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제 목표를 향해 열심히 생활하면서 사회복지사의 꿈도 이루어낼게요!
판사님!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해요!
(편지-5)
<효광원에서 생활하는 ○○ 군이 스스로에게 쓴 편지>
안녕 ○○아!
내가 살다 보니 너한테 편지를 쓰는 날이 다 있네.
놀기 좋아하던 니가 이렇게 효광원에서 생활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처음에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어느 새 벌써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어.
비록 사회에서는 유혹을 참지 못했지만 이제 마음 다잡고 잘 살아보자!
누구보다 부모님한테 잘 해드려.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 하셨는지 알고 있지?
그리고 이제 곧 스무 살이 되니까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지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 해 보자.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 우리 같이 뭐든지 한번 도전해 보자!
사실 ○○이 너는 초등학교 때 배드민턴 선수 생활 하느라 다른 건 생각도 하지 못했잖아.
그땐 꿈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운동을 그만 두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 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는 마음잡고 정신 차려서 좋은 쪽으로 발전하자!
항상 곁에 계시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말자!
○○아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마지막으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 박찬호 선수가 운동을 그만둔 후 방황했던 ○○군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예정임
(편지-6)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서 생활하는 ○○○ 군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살레시오 청소년 센터의 ○○○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처음으로 저를 키워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에게 제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요.
저희 아버지의 직업은 어부입니다.
매일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오시고, 어쩔 때는 일주일, 또 어쩔 때는 한달 동안 섬으로 가서 일을 하시죠.
그렇게 고되게 일을 하시고 돌아오시면 피곤에 지쳐 잠이 드시는데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울컥 하고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지금까지 저를 키워주시고 듬직한 가장이 되어 주신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희 할아버지에게도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할아버지와 저는 함께 있을 때 별로 말이 없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누구보다 저를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신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는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때까지 그물질을 하십니다.
제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할아버지를 만났는데요.
그 때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자 왈칵 눈물이 나더라구요.
겨우 눈물을 감추고 억지로 웃고 있는 저에게 할아버지는 괜찮은지 아픈데 없는지 물어보셨어요.
그 때 참 많이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7년 동안 저를 키워주시고 제 고민도 들어주시는 저희 할머니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제라도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여기서 잘 생활하고 나가서 효도하는 아들이자 손주가 될게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우리 가족 모두 사랑해요.
(편지-7)
<로뎀청소년학교에서 생활하는 ○○○ 군이 쓴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로뎀 청소년 학교에 사는 농사꾼! ○○○입니다.
제가 왜 농사꾼이냐구요?
제가 2년째 생활하고 있는 로뎀 청소년 학교에는 저만의 농장이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특별히 만들어 주셨는데요.
저는 이 곳에서 미나리, 토마토, 깻잎, 꽈리, 고추 등 많은 농작물들을 심고 가꾸고 있습니다.
열심히 키운 농작물들을 수확해서 우리 학교에 납품하기도 했어요.
잘 자란 농작물들을 납품 할 때면 제가 사장님이 된 기분이 들어서 참 좋습니다.
제가 농사를 지으면서 늘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어요.
“열매는 은총으로 자라지만 잡초는 농부의 게으름으로 자란다!”
늘 부지런해야 싱싱한 열매들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농사를 지으며 깨닫고 있습니다.
저의 꿈은 사회복지사인데요.
지금 제가 키우고 있는 농작물들이 쑥쑥 자라듯이 저의 꿈을 꼭 이뤄서 다른 아이들에게 제가 배운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어요.
저에게 농장을 주신 김대복 교장 선생님!
절 2년 동안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이제 ‘땅의 스타’가 아니라 ‘하늘의 스타’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더 성숙해져서 꼭 저의 꿈을 이룰 거예요!
(편지-8)
<효광원의 ○○ 군이 자신에게 쓴 편지>
안녕, ○○아!
내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야.
너는 1998년 00월 00일에 태어났어.
태어나서 거의 할머니 밑에서 자랐지.
그러다가 방황을 하고 참 많은 일들을 겪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너의 모습이 한심하다고 느껴졌고 조금만 더 일찍 깨달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어.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아직 늦지 않은 것 같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잖아.
지금이라도 사회에 나가서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할머니와 소중한 가족들에게 믿음이 가는 니가 됐으면 좋겠어.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이런 말이 있어.
“모든 도전은 내 인생에 가치를 남긴다!”
너도 지금 니가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도전을 해봐!
도전이 없으면 성공도 없어.
너 자신을 믿고 항상 활기차게 도전하는 인생을 살아봐.
○○이 너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꺼야!
내가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이런 말이 있더라.
“담장 안은 좌절의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이 말처럼 효광원이 너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자!
미래는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만드는 거야! 난 널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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